Current Exhibition

Vincent Manzi : "World of Dew"

31 March - 3 July, 2022

안목기획전

빈센트 만지 <이슬의 세상>슬의 세계


빈센트 만지는 뉴욕과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미국 사진가이다. <이슬의 세계>는 16년간의 사진작업을 엮은 결과물이다. 컬러필름으로 촬영하고 현상 후에 직접 스캔하고 디지털 암실에서 자신만의 톤과 분위기를 찾아낸다. 최종 결과물은 잉크젯 프린터로 인화한다.오랜 시간 동안 그는 인화한 사진들을 제본해서 몇 권의 책으로 만든 후, 동료들에게 보내왔다. 자신의 작업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하는 창작행위를 '작업'이라 한다면, 그건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가치들과 공존하며 지속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예술을 어느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가, 이 물음은 우리가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와 다를 바 없다. 빈센트 만지의 작업에 대한 감상평 혹은 리뷰는 그의 스승인 필립 퍼키스와 오랜 시간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고 격려해 온 동료 사진가, 서영기로부터 들었다. 


리뷰

빈센트 만지의 사진들 _ 필립 퍼키스 


컬러 사진이 대중화되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자, 톤과 분위기란 사진의 이상이 사실과 구성으로 대체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진이란 매체로 보면 그게 잘된 것이란 확신은 들지 않는다. 


우리가 톤을 생각할 때, 수많은 회색의 계조와 컬러의 계조를 말하고, 소리의 톤, 말할 때의 톤과 분위기를 얘기한다. 빈센트 만지는 여전히 톤과 분위기를 컬러 작업속에서 다루고 있는 몇 안되는 사진가들 가운데 한명이다. 


색은 그의 세계를 전혀 잡아먹지 않았다. 톤과 분위기가 없다면, 예술도 없다. 특별한 종류의 톤일 필요는 없다. 베르미르, 아그네스 마틴 그리고 앨리스 닐 이 세명의 예술가를 생각해보라.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그 작업들은 전부 제각각이다. 


빈센트의 사진들은 대상을 사용해서 - 그것이 사람이든, 도시든, 혹은 자연세게든 - 신비의 감각을 창출해낸다. 그의 작업은 심오하다.


리뷰 

백묵가루처럼 뿌려져 있는 눈 _ 서영기


백묵가루처럼 뿌려져 있는 눈, 산란스러운 빛과 그림자, 나무들. 연기와 안개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여러 표지와 대상들, 그러한 것들이 보이는 태도와 표정....,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사람은 자신의 세상이 이처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들이 만드는 움직임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미지를 빠르게 삭제하는데 익숙한, 요컨데 이미지의 소비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러한 태도가 낯설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 사진들 속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나는 다른 의견이 있는데, 이 사진들은 마음의 경계 어딘가에서 격렬한 무엇인가가 부딪치면서 하나의 내면이 반응을 하고 변화하는, 어떤 우발적 사건이 펼치는 공간 속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흥적이면서 극적으로 진행되고 리듬을 타는 사투는 언제나 경계에서 벌어진다. 


그는 어느 순간. 그 짧음의 마디 속에서 움찔하며, 놀라면서,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생각들과 사물을 마주한다. 진정으로 만나게 된다면 생각들과 사물들과 환경은 무엇인가를 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암시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사진 속에서 빈센트 만지는 그만의 경계에 서 있다. 


거리와 늪지, 병원, 바다, 집(사실 암시들 속에서 이것들은 하나다)들은 경계의 안쪽으로 이동하고 빛은, 색은, 형태는, 동작은, 질감은... 합쳐져서 그만의 단층들을 만든다.


그의 작업은 수도자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시대에는 성상이. 그 이미지가, 그 물음이 하루의 삶을 채우곤 했었다. 


리뷰

순간이 닻을 내리다 _ 박태희


빈센트 만지의 <이슬의 세계> 시리즈는 16년간의 작업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때 추출이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순수용액을 걸러내기 위해 깔때기를 놓고 걸러내는 작업처럼, 숱한 실패의 반복, 불확신의 밤, 고독, 그리고 마침내 걸러진 일정 용량의 산물을 뜻한다. 


그는 작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캐너로 파일을 만들고 디지털암실(포토샵)에서 자신의 톤과 음을 조절한 후 잉크젯프린터로 인화한다. 이 모든 공정이 사진가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사진이란 촬영부터 최종인화까지, 모든 공정이 선택으로 이루어지며 작업이란 정신적이며 물리적인 노동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그는 프린트를 편집해서 제본한 후, 여러 권의 책을 만들고 몇몇 지인들에게 선물해왔다. 


두 번째 책을 받았을 때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갤러리에 이 사진들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그가 대답했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 작가로서 이름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 자신의 작업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의 야망은 어떤 예술가보다 거대하다. 


지난 16년 동안 그는 결혼하고 아이낳고 뉴욕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생계를 위해 일해왔다. 또한 창작을 위한 작업이 우리 삶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을 실행에 옮기며 지칠 줄 모르고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세 번째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인쇄된 책이 아니라 그가 직접 프린트한 인화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작품집이라 쉽게 들춰볼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뉴욕에서 이스탄불까지 기나긴 길을 걸어서 내 곁에 도달한 어떤 순간들이, 일생의 중요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광의 밋밋한 종이 위에 인화된 한 장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가 만들어낸 인화의 톤과 컬러는 마치 조용한 아침을 보는 것처럼, 공허를 보는 것처럼 추상이자 현실이다. 빈센트 만지의 사진들은 조각이다. 조각의 입체적 형상은 선과 선 사이, 면과 면사이, 수많은 지점의 결합이고 이차원의 매체인 사진이 삼차원의 입체감을 갖게 되는 순간은 사진 속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들과 바라보는 내가 빈틈없이 생생한 관계들을 형성할 때이다. 전혀 모르는 타인들로 넘치는 거리의 좌표 위에 무작위로 늘어선 인간들, 그들의 팔, 다리, 시선의 방향, 쇼핑백, 그림자마저 정밀하게 세공된 조각들처럼 생생하게 살아오르며 모든 존재의 자질을 보여줄 때 불현듯 세상의 모든 존재와 내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것은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눈앞의 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서는 포착할 수 없는 완전한 순간이다.


한 사진가의 예민한 인식이 포착한 일상의 모습들은 불가사의한 질문으로 채워진다. 한 줄기 빛 속에 드러난 먼지 한톨과 거리를 분주히 걸어가는 한 행인의 모습이 어떻게 같은 속도로 마음에 와닿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간들이 사진 속에서 어떻게 영원히 울려 퍼지는가? 초록은 숲의 색이기도 하고 죽음의 색이기도 하고, 가련한 육신들, 쇼핑카에 실린 인간의 그림자, 유리 한 장을 사이로 나뉘어진 이생과 저생,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분주하게 걸어가는 행인들, 희미한 슬픔이 안개처럼 퍼지고, 푸른 저녁이 거리마다 내리고, 무거운 수레와 육신, 우리는 얼마나 더 고단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축축이 비에 젖은 도로 위에서 눈앞에 다가온 어둠을 응시하는 사진가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모두 세상으로부터 감추어진 마음을 갖고 있다. 사진은 그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사진의 침묵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감지한다. 그가 책에 쓴 구절처럼, “순간이 닻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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